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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한국의 나폴리’ 통영, 어둠 속에서도 봄은 살랑댄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02-29
‘한국의 나폴리’ 통영, 어둠 속에서도 봄은 살랑댄다

통영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두꺼운 외투를 훌훌 벗어제친 것이다.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할 때 내키지 않았지만 쌀쌀한 날씨에 어쩔 수 없이 걸쳤던 옷이었다. 전북 무주를 지날 때쯤 산등성이의 하얀 잔설을 보며 점퍼를 입기 잘 했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남녘 땅 경남 통영 바닷가에서 서자, 품으로 파고드는 따스한 바람에 이 겨울 옷은 어색하고 거추장스럽기만 했다.

흔히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 아마도 우리 땅의 항구 중 가장 아름답고 낭만적인 곳일 게다. 항구의 풍광은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기고, 유치환·윤이상·김춘수 등 수많은 문인 예술가들의 숨결이 남아 있다. 남녘의 이 아름다운 항구, 통영에는 지금 봄이 가득 차 있다.

#한려수도가 한눈에, 미륵산 케이블카

통영의 봄은 바다에서 시작된다. 멀리는 욕지도·연화도·소매물도에서, 가깝게는 한산도·미륵도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다. 이 남녘 바다의 봄바람은 북상을 거듭해 얼마 후면 매서운 서울의 봄샘추위를 밀쳐낼 것이다.

통영에서 가장 큰 섬인 미륵도는 통영 여행의 시작점이다. 외지인이 통영 바다의 진면목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미륵도 한가운데 솟아 있는 미륵산(461m)이다. 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산림청이 지정한 한국 100대 명산 중 하나. 산 정상에 서면 한려수도의 풍광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통영 앞바다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일본 쓰시마(對馬)섬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지금까지 미륵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산 중턱 미래사에서 차를 내려 가파른 산길을 30분 정도 올라가야 했다.

그러나 한 달 후면 케이블카를 타고 한달음에 9부 능선까지 올라가며 한려수도의 절경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길이 1975m로 우리나라 관광 케이블카로는 최장인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가 3월 말부터 본격적인 운행에 들어간다.

멋진 풍경은 아무래도 산길을 걸어 올라가 땀을 좀 흘린 후에 만날 때 제 맛이지만, 아이와 노인도 미륵산 정상의 절경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고맙기 그지없다.

◇통영 착량묘 앞의 만개한 매화.

#‘꿈길 60리’라 불리는 산양 일주도로

미륵도에서 발아래로 굽어보는 한려수도가 아니라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바다를 만나고 싶다면 산양 일주도로를 달리면 된다. 통영 사람들은 꿈 속을 거니는 듯한 낭만을 갖춘 드라이브 코스라고 해서 이 길에 ‘꿈길 60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산양 일주도로 어느 곳에서나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한려수도를 만날 수 있지만, 최고의 전망 포인트는 둔덕 위에 자리한 달아공원과 통영수산과학관 앞마당이다. 달아공원은 임진왜란 때 ‘아기’(牙旗·조선시대 대장이 휘하 장수들을 지휘할 때 휴대하던 깃발)를 꽂은 전선이 당포에 도달(到達)하였다고 해서 달아(達牙)라 불리게 되었다. 달아 전망대 부근은 석양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길 자체의 운치는 ‘삼칭이 해안도로’가 으뜸이다. 산양 일주도로 대부분이 온유한 해변을 따라 이어지지만, ‘수륙∼일운해안도로’로도 불리는 이곳은 기암괴석을 끼고 돈다. 지금 산양 일주도로 곳곳의 양지바른 곳에는 매화와 동백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다.

#이국적인 정취 가득한 강구안의 밤

‘강 입구와 접한 해안’이라는 뜻의 강구안(江口岸)은 통영의 대표적인 항구로 식당과 선술집 등이 몰려 있다. 남망산 국제조각공원과 문화마당이 인접한 통영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육지와 미륵도 사이의 좁은 협곡에서 다시 움푹 들어간 강구안은 그 지형적인 조건만으로도 아늑하고 푸근한 곳이다. 예로부터 소형 어선들이 파도를 피할 수 있는 최적지로 꼽혀 온 이유다.

선술집에서 나와 강구안 바닷가에 섰다. 때마침 대보름이다. 잔잔히 고여 있는 바다가 탐스러울 정도로 가득 찬 달빛과 항구의 불빛에 반짝반짝 빛난다. 이 불빛에 검은 바다와 순백색 배는 자신의 모습을 살짝 드러내 놓고 있다. 간판도 없는 카페에서는 재즈가 흘러나온다. 곡명은 모르지만 금세 흥겨워진다. 지중해 연안의 항구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도 이국적인 풍광이다.

살랑살랑 바람이 분다. 바다 위 불빛이 바람결에 부드럽게 흔들린다. 강구안에 부는 바람은 봄바람이다. 서울 바람과 달리 한기가 전혀 없다. 강구안의 밤은 깊어가고 나는 싱그러운 바람에 실려 온 봄의 향기에 취해 가고 있다.

세계일보 2008. 2. 28 / 박창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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