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이 사랑했던 항구… 밤바다 어둠마저 눈부시더라 ‘한국의 나폴리’ 경남 통영을 가다
경남 통영. 그 항구에서 발밑에 부드럽게 고여 있는 밤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직은 한겨울이지만, 남쪽 항구의 날은 따스해서, 살짝 봄밤의 향기까지 풍기던 날이었습니다. 통영의 바다는 까만색 차돌처럼 반짝이는 어둠으로 가득차있었지요. 묶인 배들은 항구를 끼고 늘어선 상점들의 불빛을 하얗게 반사해내고 있었습니다. 밤바다는 잔물결조차 없이 고요한데, 순백색의 몸체를 가진 배들은 검은 바다에 또렷한 그림자를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통영에는 밤바다의 낭만적인 아름다움 말고도, 산양 일주도로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낙조풍경과 울창한 편백나무 숲을 거느린 호젓한 절집도 있습니다. 거기다가 미륵산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가 이제 막 완공돼서 내달 말쯤이면 미륵산에서 내려보는 한려수도의 장쾌한 전망도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됐답니다. 술만 주문하면 무슨 마술처럼 안주가 줄줄이 딸려 나오는 ‘다찌집’의 어른거리는 전등불과 새벽 쓰린 속을 다스리는 시락국집의 설설 끓는 국밥의 맛은 또 어떻고요. 시원한 졸복국이며 우동과 자장면을 한데 섞어 내놓는 ‘우짜’의 맛은 이곳 통영이 아니면 쉽게 찾을 수 없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청마 유치환은 통영의 우체국에서 이루지 못할 사랑을 연서에 띄워 보냈고, 비운의 천재 이중섭은 전쟁 통에 이곳 항구까지 흘러들어와 그림을 그렸습니다. 머나먼 타국에서 눈을 감은 윤이상은 이 항구의 풍경을 평생 그리워했으며, 시인 김춘수와 화가 전혁림은 펜으로 또 붓으로 평생을 이곳 항구에서 푸른 바다의 생명력을 그려냈습니다. 한참을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수루에 홀로 오른’ 충무공 이순신의 비장함에까지 가닿습니다.
통영을 흔히 ‘한국의 나폴리’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나폴리란 단순한 이탈리아 남부도시 지명이 아닌 ‘낭만이 완성된 항구’란 뜻에 더 가깝겠지요. 통영을 나폴리라 부르는 것이 겉으로 드러난 풍경의 아름다움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 항구도시의 아름다운 경관과 더불어 문화적인 향취와 정서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는 뜻이겠지요.
문화일보 2008.1.30 / 박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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